KIM KIYOUNG ARCHIVE MUSEUM
김은식, 이유빈 | si1verf0000d@gmail.com, bbin0622@naver.com

"인간의 본능을 해부하면 검은 피가 난다. 그것이 욕망이다."

인간의 마음속 깊이 내재된 욕망을 이끌어내어 시각화하는 데에 일평생을 바친 김기영은 평소 그의 필름 스타일과 같이 기이한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와 연극을 사랑했던 김기영은 본래 의학도였으나, 6.25 전쟁 당시 주한미공보원에 스카우트되어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하며 자신의 필름욕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곧 그는 1955년 '주검의 상자'로 인해 단숨에 흥행 감독에 올라섰으며, 1960년 '하녀'를 기점으로 인간이 보유한 '자유로운 에로티시즘에 대한 열망'을 궁극적으로 형상화하거나, 욕망에 충실한 인물을 생식 본능이 강한 쥐에 빗대는 등 인간의 욕망을 해부한 병리학적 사회관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유신시대가 도래한 1970년대에 검열로 인한 영화계의 침체기를 맞은 대한민국은 곧 김기영을 잊었다. 김기영은 이러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관철해나갔으며, 90년대에 후배 감독들과 영화광들에 의해 다시금 빛을 발하게 됐으나 안타까운 사고로 작고하게 된다.

공간은 이러한 김기영의 미학적 특질을 해석해 공간 속에서 재생하고 있으며, 공간 사용자는 직접 김기영의 세계에 들어서서 머무르고, 향유해 그가 일평생 일구어 온 미학적 특질을 직접 느껴보고, 한국 영화사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자신의 세계관을 꿋꿋이 지켜낸 괴인 김기영을 기억하는 방향을 띈다.